◆타이베이 - 타이완의 어제와 오늘
타이베이 역은 기존 일반 철도역을 고속철도 역으로 활용했다. 타이베이 시내 서쪽을 흘러나가는 단수이허(淡水河) 부근에 위치한다.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시먼팅(西門町)에서도 가깝다. 타이베이 전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한 전철(MRT) 환승이 가능하다.
타이베이 역에서 가장 가까운 명소는 타이완 민주기념관(옛 중정기념당)이다. 타이완의 현대사를 대변하는 곳으로 대륙의 중화사상을 타이완에 이식한 장제스(蔣介石) 총통의 기념관이다. 순백의 대리석과 에메랄드빛 팔각 기와로 장식된 중국식 피라미드. 그의 89년 생애에서 연유했다는 89계단을 오르면 품이 넓고 길이가 발목까지 내려오는 창파오(長袍)를 입은 노인의 동상이 나타난다. 북벌과 국공합작, 내전과 대장정 등 중국 현대사의 격랑을 야기하고 헤쳐 나온 인물의 일대기가 사진과 유물로 전시돼 있다.
민주기념관 앞 신의로(信義路)를 타고 오면 타이베이 101빌딩(台北101大樓)이 나타난다. 높이가 508m인 세계 최고층 건물이다. 101은 101층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세상에서 유일하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대나무 마디를 연상시키는 설계와 행운을 뜻하는 열쇠 장식이 인상적이다. 전망대는 89층(382m)에 위치한다. 지하1층부터 5층까지는 식당가와 쇼핑센터가 입주해 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레스토랑의 하나인 딘타이펑(鼎泰豊, www.dintaifung.com.tw)은 타이베이에 3곳이 있는데, 본점이 민주기념관과 101빌딩 사이에 위치한다. 육즙이 일품인 샤오롱바오(小龍包)를 비롯한 갖가지 딤섬이 미각을 유혹한다.
시간 여유가 주어진다면 전철(MRT)이나 버스를 타고 시 외곽으로 나간다. 고궁박물관(故宮博物館, www.npm.go.tw)에선 갑골문자가 새겨진 은허의 거북 등껍질부터 황실의 후궁들이 밤을 지새우며 매만지던 상아 공예품까지, 장제스 총통이 타이완 해협을 건너오며 가지고 온 수천 상자의 국보급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고궁박물관을 상징하는 옥(玉) 공예품인 취옥백채(翠玉白菜)는 배추 이파리 위에 메뚜기가 앉아 있는 모습을 정교하게 구현해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중 개방한다.
지난 7월 오픈한 마오콩 곤돌라(猫空纜車, www.taipeitravel.net/maokong)는 타이베이 시민들의 새로운 유희로 떠올랐는데 한번쯤 체험해볼 만하다. 약 20분간 공중부양해 발아래 아열대숲과 멀리 타이베이 도심 풍경을 감상한다.
[tip] 타이완의 관문인 중정국제공항은 타오위안(挑園)에 위치한다. 항공기에서 내려 곧바로 타이중이나 가오슝 행 고속열차를 이용할 계획이라면 굳이 타이베이 역까지 올라갈 이유가 없다. 타오위안 역에도 고속철이 하루 23회 정차한다.
◆타이중 - 버블티 한 잔의 추억
타이중 고속철도 역은 타이중 남서쪽 위리(烏日)에 위치한다. 전철(MRT)로 타이중 시내와 연결된다. 지상 3층으로 이루어진 역사는 비상을 준비하는 학의 날개처럼 처마가 길게 뻗어나간다. 거대한 통유리를 설치한 넓고 웅장한 로비가 인상적이다.
타이중은 타이완 북부와 남부를 잇는 거점도시다. 기후가 쾌적하고 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문화도시다. 국립타이완미술관이 위치하며 후수이안(湖水岸), 리샹구어(理想國) 등 시구획에 의해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예술거리가 많다.
국립타이완미술관(www.ntmofa.gov.tw)은 9ㆍ21 대지진 이후 보수를 거쳐 2004년 재개장했다. 총 24개의 전시실을 갖추고 카페와 레스토랑, 기념품점도 운영된다. 타이완의 미술사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비주얼 아트 등 타이완 현대미술 기획전도 수시로 개최한다. 입장료는 없으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국립미술관 북쪽에 자리한 징밍1가(精明一街)는 다양한 풍경의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와 명품점이 거리 양편에 길게 늘어서 있다. 특히, 카페와 레스토랑은 제각기 고유한 역사와 메뉴를 자랑한다. 쩐주나이차로 불리는 버블티를 1983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춘수이탕(春水堂)도 거리 입구에 터줏대감처럼 위치해 있다. 밀크티에 쫄깃한 타피오카(Tapioca) 알갱이를 넣은 버블티 한 잔을 시켜놓고 창밖 풍경을 바라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간혹, 거리에서 음악회나 퍼포먼스가 열리는 날이면 징밍1가는 노천 공연장으로 변모한다.
펑지아(逢甲) 야시장은 타이중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다. 타이완 서부를 2박 3일, 3박 4일 일정으로 여행하면 대부분 하룻밤은 타이중에서 머무르는데, 야시장 탐방은 필수 코스다. 타이중 시내 북동부 펑지아 대학 옆에 위치한 야시장은 식도락의 천국, 타이완의 축소판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음식 노점이 즐비하게 널려 있다. 아마도 단위면적당 노점 숫자가 세계 최고가 아닐까 싶다. 노점에선 값싸고 먹기 편한 음식이 주종을 이룬다. 대하(大蝦) 즉석구이, 과일을 먹기 좋게 잘라 설탕옷을 입힌 빙탕호로(氷糖葫蘆), 갖가지 어묵과 야채에 육수를 부어 주는 포장마차까지 종류별로 모두 맛보려면 최소 1주일은 걸릴 듯싶다.
[tip] 르웨탄(日月潭)은 타이중 시내에서 차량으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지만 놓치기 아까운 곳이다. 해발 870m의 산정호수로 둘레가 24㎞, 면적이 9㎢에 이른다. 시간, 장소, 날씨에 따라 색깔과 모습이 바뀌는데, 장제스 총통이 별장을 지었을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현재 국가풍경구로 지정돼 있다. 호수 주변을 거닐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지만, 진면목을 보려면 유람선을 타는 것이 좋다.
글ㆍ사진/장성배 기자(up@yna.co.kr), 협찬/타이완관광진흥청(www.tourtaiw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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