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난 - 대륙과 해양문화가 만난 고도(古都)
타이난 고속철도 역은 타이난 도심 남쪽 구에이렌(歸仁)에 위치한다. 지상 3층 건물로 타이난 북부의 자이 역과 쌍둥이 건물로 설계됐다. 타이난의 전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광장과 연꽃이 만발한 인공호수가 조성돼 있다. 타이난 도심까지 버스, 택시로 연결된다.
타이난은 한국의 경주처럼 타이완을 대표하는 고도(古都)이다. 중국 대륙에서 타이완으로 이주한 한족(漢族)들이 처음 정착한 곳이다. 말레이-폴리네시안 계통의 토착 원주민 해양문화와 중국 대륙의 한족 문화가 뒤섞여 도시 전체가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안핑구빠오(安平古堡)는 타이난 유적 1번지에 해당되는 곳이다. 타이난 여행객들이 순례지처럼 찾아온다. 타이난 운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서쪽 안핑항(安平港) 언덕에 위치해 있다. 17세기 초 타이난을 점령한 네덜란드인들이 붉은 벽돌로 쌓은 요새다. 1661년 반청복명의 기치를 내걸고 안핑에 상륙한 정성공(鄭成功)이 네덜란드 세력을 축출하면서 타이난 한족의 행정 중심지가 되었다. 물론, 지금은 주변이 대부분 매립돼 망루에 올라서도 바다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녹슬어 가는 대포, 수염처럼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수백 년 수령의 반얀나무(榕樹)만이 지나간 세월을 반추하고 있다. 저녁 무렵 들른다면 망루에서 노을을 감상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타이난에는 안핑구빠오 이외에도 츠칸로우(赤嵌樓), 이차이진청(億載金城) 등 청나라 시대 유적이 즐비하다. 타이완 역사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면 돌아볼 만하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할애할 만큼 뛰어난 건축미와 특이한 유물을 보여주진 않는다.
[tip] 일출과 운해, 회(檜)나무로 잘 알려진 아리산(阿里山)은 자이 고속철도 역 동쪽에 위치한다. 국가풍경구로 해발 3천m 이상의 준령과 울창한 골짜기가 굽이굽이 산맥을 이룬다. 자이 시내에서 출발하는 삼림열차를 타면 당일 코스나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다. 해발 30m에서 출발한 열차는 70여㎞, 3시간 30분을 달려 아리산 역(2247m)에 오른다. 버스를 이용해 아리산을 돌아보는 방법도 있다. 펀치후(奮起湖)를 비롯한 삼림열차의 중간 역에 내려 차를 마시고 아리산 특산품을 고를 수 있다. 산비탈을 가득 메운 삥랑나무와 차밭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다.
◆가오슝 - 검은 모래 해변에서의 자전거 투어
주오잉 고속철도 역은 가오슝 시내 북부 주오잉 구(區)에 위치한다. 고속철도와 일반열차, 전철(MRT)이 교차한다. 해안도시 가오슝의 이미지를 살려 역사 지붕을 넘실거리는 파도 모양으로 형상화했다.
가오슝은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컨테이너 물류의 허브(Hub)로 꼽힌다. 도심 곳곳에 죽순처럼 솟아난 마천루가 인상적인 무역항이다. 아열대 기호식품인 삥랑을 질겅질겅 씹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오슝 여행은 대부분 치진(旗津)에서 출발한다. 가오슝 앞바다에 엿가락처럼 길게 드리워진 섬이다. 검은 모래가 뒤덮인 긴 해변은 산책과 자전거 타기에 좋다. 치진 해안공원과 해산물 거리를 둘러보고 페리 선착장으로 향하면 섬 북단과 가오슝 시내를 연결하는 투륜(渡輪)이 기다린다. 투륜은 10여 분 간격으로 오가는데, 1층에는 좌석이 없다. 오토바이 승객을 위해 텅 비워 놓았다. 출퇴근 무렵이면 수십 대의 오토바이 행렬이 승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전거가 베이징을 상징하듯 오토바이는 타이완의 고유한 풍경 중 하나다. 배기량 50㏄ 안팎의 스쿠터가 주로 이용된다. 일몰 후 오토바이 승객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일시에 부두를 빠져나오는 광경이 볼 만하다.
가오슝에도 내로라하는 야시장이 있다. 리우허(六合) 야시장인데, 타이중 펑지아 야시장처럼 특이한 먹을거리로 명성이 자자하다.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왁자지껄한 리우허에서 꼭 시식해야 할 것은 문어다리 튀김과 아이스크림 튀김이다. 어른 팔뚝보다 더 굵고 긴 문어다리 튀김을 먹은 후 겉은 뜨겁고 속은 차가운 아이스크림 튀김으로 마무리한다. 그래도 조금 부족하다면 초우도우푸(臭豆腐)에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다. 두부를 발효시켜 기름에 튀긴 것으로 타이완 사람들이 애용하는 간식이다. 역한 냄새가 많이 나면 날수록 몸에 좋다고 한다.
아이허(愛河)는 가오슝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가오슝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흐르는 운하로 유람선을 타고 감상하는 야경이 일품이다. 매일 밤 가오슝 콘서트홀 앞 강변의 선착장에서 가족과 연인, 관광객을 태우고 영롱한 조명으로 채색된 교각 아래를 지난다.
[tip] 주오잉 역 인근에는 도교, 불교, 유교 등 타이완 사람들의 종교관을 엿볼 수 있는 리엔츠탄(蓮池潭) 풍경구가 자리한다. 호수 주변을 거닐면 중국 전래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에 등장하는 갖가지 신들의 조각상을 만나게 된다.
글ㆍ사진/장성배 기자(up@yna.co.kr), 협찬/타이완관광진흥청(www.tourtaiw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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