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여행칼럼

태국을 점점 닮아가는 한국의 현실

태초 여행사 2010. 3. 23. 14:34

 

태국은 동남아의 경제대국이다.

적어도 동남아에서 만큼은 그렇다.

캄보디아도, 라오스도, 미얀마도 태국 바트화 경제권이다.

그렇다. 태국은 동남아 국가들중 가장 부자인 나라이다.

 

그러나, 최근 태국의 정치상황은 불안하다.

앞으로 꽤 오랫동안 태국은 정치적으로 불안할 가능성이 높다.

태국 정치의 키를 오랫동안 쥐었던 태국 국왕도 노쇠하여 오늘내일 하고 있는  상황이고,

태국의 군부도 과거같은 막강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

반면에 태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에너지는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하다.

앞으로 태국 정치상황 변화의 추이를 지켜보다보면 한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 못지않은 극적인 반전을 볼 수있을 듯 싶다.

 

태국의 현 정치적 불안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가?

태초의 얕은 지식인지 몰라도 부의 편중화가 극대화되는 현실에 대한 서민층의 분노표출이라고 

단정하고 싶다.

 

전 태국 수상인 탁신 이전에 누가 태국 서민층의 쓰라린 아픔을 달래주었단 말인가?

 

사회안전망의 일환으로 탁신 전 수상은 태국의 기득권층으로부터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아가면서

의료보험등 태국 서민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책을 펼쳤다. 

 

탁신 이전 위정자들은 대부분 군부에서 나와 하나같이 기득권층인 왕족, 불교세력, 그리고, 태국의 경제를 쥐고 흔드는 화교들과 적당히 긴장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물 밑으로는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면서 그들의 배를 불리기에만 급급했기에 오늘을 사는 태국 서민들은 그토록 부패를 저질렀던 탁신임에도 그의 컴백을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탁신의 귀환을 외치는 빨간색으로 대변되는 UDD의 정치적 배경은 흔히 이산(Isan)지방으로 대변되는

태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인 북동부지역과 치앙마이등 북부지역이다. 

그들은 태국 경제개발에서 항상 소외된 지역으로 한국의 전라도 같이 농업이 주를 이루는 지역이다. 

태국 서민들은 현실이 얼마나 고달프기에 그토록 부패를 저지른 탁신을 다시 찾고 있단 말인가?

 

 

태국의 빈부격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한국에도 있는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점원들이 하루 10시간이상 일하면서 받는 1일 임금이 200밧, 우리돈 7천원 정도에 불과하다. 식당에서 서빙하는 종업원들이 받는 1일 임금역시 1일 200밧 수준이다. 좋은 대학을 졸업해도 혈연,지연등 인맥이 없으면 좋은 직장을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한달 임금이 방콕은 7천밧-1만밧, 지방은 6천밧-8천밧 수준이다. 우리돈 20만원에서 30만원정도 수준이다. 그렇다면 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얼마인가?

현재 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6천달러정도로 보고 있다. 한국의 삼분지 일 수준이다.

 

결국, 태국 대졸자들의 평균 월급은 한국의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현 젊은이들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결국, 한개의 직업으로는 도저히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두개 세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투잡(Two Jobs)은 방콕 젊은이들에게 흔한 현실이 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개선될 가망이 없는 태국의 현실에 그들은 숨쉬기조차 힘든 것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희망을 접고 될대로 되라 하는 식으로 살고 있다.

 

남자들은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돈을 저축하기보다는 내일을 생각하지않고 있으면

써버리는 소비적인 생활에 젖어있다.

여자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여성들의 자포자기한 삶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1개월 월급이 30만원도 안되는 상황이고, 그것 마저도 구하기 힘든 현실이기에 결국

손쉽게 돈버는 방법을 찾는다. 상당수가 가장 쉽게 돈 벌수 있는 방법은 술집에서 일하는 것이다.

 

이들의 수입은 일단 대졸자들 수입 두배이상이다. 몸매좋고 얼굴만 이쁘면 다섯배이상도 쉽게번다.

아무리 일해도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자포자기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방콕을 중심으로 푸켓,치앙마이, 크라비등 어느 곳을 가도 대학생들을 유흥가에서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심지어,  치앙마이의 어느 태국인 여행사 사장은 말하기를 1천밧에 치앙마이 대학생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할 정도이다. 치앙마이 대학은 한국으로 말할 것 같으면 지방의 경북대나 전남대정도의 위상을 갖는 명문대학이다.

 

반면에 태국의 부자들은 한국의 부자들이상으로 부자이다.

태국 부자들은 방콕이 그들 생활의 중심이다.

태국의 방콕은 아시아에서 홍콩다음으로 벤츠와 BMW가 많은 도시이다.

방콕 랏차다 지역을 대표로 방콕 곳곳에서 성서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향락산업의 극치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향락시설의 주차장은 오늘도  벤츠와 BMW로 채워지고 있다.

 

부자들은 대저택에서 매반이라고 불리우는 가정부를 여럿두고 호사로운 생활을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들의 자산은 서울 강남 부자들의 자산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방콕의 신흥부유층들도 서민들의 싼 임금을 최대한 활용해서 요지의 부동산을 싹쓸이하면서

부의 바벨탑을 쌓고 있다.

 

겉으로는 계급이 없다고 하나,계급이 분명히 존재하는 나라,

10%정도에 불과한 사람들이 90%이상의 부를 거머쥔 나라,

왕을 중심으로 하는 왕족, 군부와 경찰 고위간부, 고위관리, 엄청난 부동산을 소유한 불교세력, 금융과 호텔등 관광산업을 장악한 화교재벌들이 상류사회를 이루고 있는 나라가 바로 태국이다.  

 

태국의 이러한 현실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한국이 비슷하게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태국은 상속세가 거의 없는나라이다.

양도세등 부동산 거래세가 미미한 수준이다.

정치를 하는자들이 항상 기득권층에서 나왔기에 모든 정책이 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흘러가고 있다.

결국,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부자가 더 부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가난한 자가 더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이다.

 

태국은 가난한 자가 부자의 대열에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점점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부자들이 그 사다리를 걷어치우고 있는 느낌이다.부의 배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부는 대대로 세습되고, 가난은 대대로 물려받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얼마전, 한국에서 뉴스의 촛점이 된, 어린학생들의 무료점심급식 논란은

태국 전 수상인 탁신이 서민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 의료보험 정책을 실시했을 때

태국이 시끄러웠던 것과 매우흡사하다. 

 

태국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언론들이 탁신의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 것은

한국의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들이 무료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 하는 것과 비슷하다.

심지어는 오랫동안 한국사회의 망령으로 존재하는 "좌익"이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써가면서 공격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이 쉽게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양도세등을 없애거나 줄이고 있고,

재벌들은 온갖 첨단기법을 사용해서 상속세를 거의 한 푼 안낸 것과 다를 바 없고, 졸부들은 불법토지거래,아파트등의

투기로 더 부자가 되는 한국의 현실은 태국의 현실을 쫓아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1인당 국민소득이 4만불이상이지만  몇 개의 사립 명문대가 1년 학비가 2만불 수준인 것을 제외하면 1년 학비가 1만불도 안되는 주립대등이 수 없이 많은데 반하여,

한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5천불 정도에 극소수의 국립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대학 학비가 1년에 1만불 가까이 되는 기이한 나라

반면에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서비스의 질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한국...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빌린 학자금으로인해 빚에 허덕이며 살아야 하는 사회 초년생들.

괜찮은 직장은 점점 더 사라지고, 고용 보장을 약속하지 않는 "비정규직" "인턴제" 만이 기다리는 고용시장.

대학을 졸업하는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 비해 괜찮은 일자리가 많지 않아 집안 형편이라도 좋지 않으면

결국, 원하지 않는 향락산업으로 내몰리는 현실은 태국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한국의 슬픈현실이다.

 

이제, 한국의 상황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6월 지방선거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