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여행칼럼

당신은 한표입니다.

태초 여행사 2016. 11. 3. 14:24

 





                                                        당신은 한표입니다.




민주국가의 중요한 규칙중 하나는 '모든 국민은 한표'라는 것이다. 총선에서, 대선에서 국민은 누구나 한표를 행사할 수 있다.한 표를 넘어서는 권리를 행사하면 위법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사에서 몇몇 정치인들은 부정선거를 통해 한표가 아닌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을만큼의 표를 획득하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투표용지를 조작하거나 아니면 투표자를 매수하는 등의 방식을 취한 것이다. 최근. 인터넷 여론이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자 댓글조작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사단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태국 방콕생활한지 이제 1년 6개월이 지났다. 아이 둘은 국제학교를 열심히 다닌다. 딸아이는 Y13, 아들은 Y10 학년이다. 딸은 국제학교 5년차로 현재 영국대학들에 입학원서를 열심히 넣고 있다.  아들은 국제학교 입학한지 1년 3개월정도 지났다. 아이들이 영국학교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의식의 변화가 보인다. 특히, 딸 아이는  5년이상을 국제학교에서 보냈기 때문에  분명한 의사표현, 강한 자의식이 엿보인다. 국제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공정한 절차와 룰을 주장한다. 아들도 누나인 딸을 닮아 동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예전의 딸, 아들이 아니다. 아빠가 독선적이면 반드시 "노!"를 외친다. 아빠의 주장에 모순이나 독선이 보이면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줄 것을 꺼리낌 없이 말한다. 국제학교의 폐해(?)이자 장점이다. 국제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보통 2~3년 지나면 비슷한 경험을 하게된다.경험해보면 알겠지만 바른말이기는 하나, 화는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어느날, 태초가 " 애들아! 후아힌 가자. 2박정도 쉬었다 오자!"하고 기쁘게 후아힌 여행을 말했다. 아이들의 표정에서 기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들이 하는 말이 " 아빠, 이러한 여행을 결정할 때는 같이 의논하는 것이 정상아닙니까? 왜, 아빠는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시죠? 일단, 후아힌 여행건은 가족회의에서 결정하죠!"하고 말했다. 한 대 쎄게 맞은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집에서 아빠가 하는 말은 사실상 불문률이었고, 법이나 다를 바 없었다. 때로는 하늘이 내린 지시나 다를 바 없었다. 아내는 항상 남편의 말에 동의를 하는 것이 지아비를 섬기는 아내의 도리였고, 아이들은 아빠가 지시하는대로 행동하는 것이 자식된 도리로 여겨져 왔는데, 이제 상황이 녹록치가 않다.


주말에 가족회의겸 저녁식사를 했다. 후아힌 여행건에 대해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 후아힌가서 아빠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에 갈 것아닌가? 그렇다면 가고싶지 않다."고 당당히 말했다. 예전의 아들, 딸이 아니었다. 누구 말대로 완전히 "줏어온(?) 아들,딸의 모습이었다.  딸은 " 리조트 인터넷 와이파이는 집보다 느려서 인터넷 하기 어렵다. 나는 주말에 과제물이 많으니 집에 남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의견을 다 듣고, 태초는 " 알았다. 인터넷 속도가 빠른 리조트로 가겠다. 니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결해줄테니 이번 후아힌 여행은 가는 것으로 알고 일정을 잡겠다."하고 선언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시에 말했다. "아빠 혼자 결정하실려고요? " 딸아이는 "아빠는 한표입니다. 가장으로서 사회 진행권은 인정하나 한표이상의 권리를 주장하면 안돼죠." 하고 말을 했다.


태초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할지 몰랐다. 아마, 예전 같으면 소리를 버럭 질렀을 지 모른다. ' 니들 비싼 학비 누가 내는데? 지금까지 니들 누가 키웠는데?"하고 과거 타령을 했을 지 모른다. 아이들이 한국 학교를 다녔다면 아마 그와 같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빠의 말에 반기를 드는 아이들의 당당한 모습에 대해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결국, 투표에 붙여 찬성2, 반대1, 기권1로 후아힌 여행이 결정되었다. 이 날 아이들의 거센 저항은, 태초의 앞날이 고통의 나날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서곡이었다. 이 날의 상황은 태초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이제 아이들이 두렵다. 아내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모든일을 결정할 때 태초의 생각이 모든 것을 좌우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무조건 남편을, 아빠를 따랐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그러하지 못한다. 무슨일을 할 때면 반드시 토의를 해야하고 투표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 최순실 사건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 재벌들, 고위 공무원들이 그들 머릿속에  나는 국민중 한 사람이며, 한 표의 권리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존재한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민주국가의 모든 의사결정에는 충분한 토의와 투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가의 중대사를 다루는 청와대나 각 부처들은 구성원들의 결정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더 많은 토의와 투표 그리고, 수많은 검증이 존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생략되고, 무당이나 다를 바 없는 여인에 의해 국가 시스템이 붕괴되고 털린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의 머릿속에 국민은 개,돼지이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주의 제도에 대해 한번이라도 제대로 공부하고 고민을 해보았는지 의문이다. 청와대 안에서 토론과 투표라는 민주적인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최순실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독재 대통령 박정희의 모습을 보고 자란 박근혜 대통령이 토의,투표,검증과정과 제도에 대해 제대로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 모른다. 가정에서부터 부모 각자가 한표 이상의 권리를 행사하고, 자녀는 무조건 부모의 말에 순종해야한다는 것을 강요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자명하다.  한국민이 발전적인 미래를 지향한다면 가정에서부터 "누구든 한표이다"라는 것을 가르쳐야하고, 몸소 실천해야하지 않을까 싶다.